재개 장치부터 만들고 자러 갔다

토큰 한도에 걸려도 스스로 다시 일어나는 밤샘 리서치 위임과, 4월 아이디어 점수의 사후 감사

하려던 것

4월에 만들어 둔 아이디어 저장소를 다시 열었다. 페르소나 6인(현실주의 개발자, 스타트업 PM, 투자자, AI 네이티브, 엔드 유저, 아이디어 뱅크)이 75점 만점으로 토론 평가하는 그 레포다. 지금 하는 걸로는 돈벌이가 어렵겠다는 결론이 들어서, 새 수익화 아이디어를 다시 뽑게 했다.

시작하자마자 옛 점수부터 의심했다. 4월에 72점을 받고 공시 요약 서비스가 된 그 아이디어, 객단가와 손익분기가 잘못 잡힌 것 같다고 던졌더니 페르소나들이 사후 감사를 돌렸다. 결론이 뼈아팠다.

v7(72점)은 유료 전환율 35% 가정 위에 세워졌다. 34라운드 토론 내내 아무도 이 숫자를 검증하지 않았다.

B2C 프리미엄 서비스의 현실 전환율은 2~5%다. 재채점 결과 53점, 19점 강등. v1에서 v7까지의 20점 상승은 상당 부분 검증 안 된 가정 위의 자기강화였다는 각주까지 붙었다. 이날 규칙이 하나 생겼다 — 모든 아이디어는 “유료 전환율 3% 기준 손익분기”를 먼저 계산한 뒤에 토론에 들어간다.

어떻게 시켰나 — 필터는 질문으로, 재개 장치는 먼저

새 아이디어 사냥에서는 두 가지를 다르게 시켰다.

첫째, 필터를 형용사가 아니라 질문으로 정의했다. “유망한 아이디어 가져와”로는 걸러지는 게 없다. 대신 모든 아이디어에 “굳이 외부 서비스 안 쓰고 우리 개발자가 직접 만들어 쓰면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서, 그게 불가능한 영역만 가져오라고 했다. 판정 가능한 기준이라 후보가 실제로 우수수 죽기 시작했다.

둘째, 8월 11일 밤 11시쯤 자러 가면서 밤샘 리서치를 위임했다. 핵심은 작업 지시가 아니라 그 앞에 붙인 조건이다.

나는 자러 갈 거다. 토큰 사용 제한에 걸릴 때까지 계속 리서치해서 정리해놔. 5시간 한도가 1시간 40분 후에 풀리는데, 그 전에 한도가 걸리면 다시 시작하게 하는 것부터 만들어 놓고 진행해.

클로드가 만든 재개 장치는 부품이 두 개였다. 크론이 매시간 “리서치 자동 재개” 프롬프트를 세션에 꽂고(세션 한정이라 세션이 끝나면 같이 소멸한다), 그 프롬프트는 인수인계 문서 RESEARCH_LOG.md를 읽고 “다음 배치” 섹션부터 이어가라고 지시한다. 배치가 끝날 때마다 문서를 갱신하니 어디서 끊겨도 다음 재개가 이어받는다. 리서치 규칙도 박았다 — 시장 크기·기존 사업자·규제·가격을 웹으로 확인하고 반드시 출처를 남길 것.

어디서 막혔나 — 아침에 남은 건 폐기 목록

한 시간 간격의 재개 프롬프트가 밤새 열 번 넘게 돌았다. 아침에 열어 보니 당첨작은 0개였다. 사람 승인 인프라는 “직접 만들면 주말이면 됨”, 에이전트 메모리는 “pgvector 래퍼”, 웹훅 인프라는 오픈소스 대체 — 후보마다 한 줄짜리 사인(死因)이 붙은 폐기 목록만 쌓여 있었고, 규제 신설로 수요가 급증했다던 영역은 “정부가 무료로 덮음”으로 죽어 있었다. 첫 반응은 이거였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개발할 게 없다 이거야?

결과 — 방법이 바뀌었고, 1호는 이틀 만에 죽었다

다시 읽어 보니 밤의 진짜 산출물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방법 전환이었다. 제약 조건에서 아이디어를 연역하는 방식은 여덟 개 연속 폐기 끝에 “제약의 교집합이 사실상 빈 집합”이라는 진단과 함께 스스로 버려졌고, 로그에는 새 출발점이 적혀 있었다. 이미 돈이 오가는 수작업 대행 시장에서 출발할 것 — 수요가 이미 검증돼 있고, 고객이 개발자가 아니라서 “직접 만들면 되잖아” 필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영역.

그 방향 위에서 다음날 Shopify 바코드 라벨 앱이 나왔다. 플랫폼 자사 무료 앱이 업데이트로 망가져 평점 2.2에 1점 리뷰가 쌓이는 자리를 노리는 대체 앱이다. 페르소나 평가단을 압축 8라운드로 재가동해 통과시키고 저장소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이틀 뒤 아침, 내가 폐기했다.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삭제를 시켜 놓고 기다리다 결국 내 손으로 레포를 지웠다.

배운 점